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풋사과가 왜 그리 눈물나게 시었던가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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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,162회 작성일 2005-09-08 09:42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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ha050908.jpg

낙과
 
 

 
태풍이 오기만을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으니 생각하면 참으로 철없던 시절이었습니다. 이유인즉 태풍이 지나간 뒤 십여 리 떨어진 바닷가에 나가면, 바다 위에 둥둥 떠다니는 풋사과를 실컷 주워먹을 수 있었던 까닭입니다. 그맘때만 해도 섬소년에게 사과란 명절 때나 겨우 맛볼 수 있었던 귀한 과일이었습니다. 그런 사과가 바다 위에 둥둥 떠다니거나 모래톱에 밀려와 뒹굴고 있었으니 오죽 행복했겠습니까.

그 시절엔 사과를 싣고 가던 배가 태풍에 난파해서 떠내려온 것인 줄만 알았습니다. 그러다 점점 철이 들면서 그 사과란 것이 멀리 경상북도에서부터 낙동강을 떠내려 와 마침내 바다에 닿은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. 채 영글어 보지도 못한 채 바람에 떨어지고, 마침내 낙동강에 버려진 사과들이라는 것을.

지난 태풍으로 사과며 배며 수확을 눈앞에 둔 과일들이 60% 이상이나 낙과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. 지금쯤 떨어진 과일들 앞에 넋 놓고 앉았을 농부들의 마음은 오죽이나 아플까요. 태풍이 오기만을 기다리곤 하던 철없는 옛일이 너무 죄송스럽고, 그때 주워먹었던 풋사과가 왜 그리 눈물나게 시었던가를 이제서야 알게 됩니다.

낙과 피해를 입는 과일을 사서 농민들의 시름도 조금은 덜어주고, 좋은 사람들에게 과일 하나씩 건네며 인정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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